아시아나항공이 2025년 4월부터 미주 노선에 ‘마일리지 전용 항공편’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인천-LA, 인천-뉴욕 등 인기 노선에 총 6차례, 약 1870석을 오직 마일리지로만 예매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오랜 기간 쌓인 마일리지를 드디어 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같은 정책이 과연 진정한 ‘소비자 배려’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이 글에서는 아시아나의 새로운 정책 이면에 감춰진 의도와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비판적으로 분석해봅니다.
1. 아시아나 마일리지 전용 항공편, 무엇이 달라졌나
그동안 항공 마일리지는 말 그대로 ‘쌓기만 하고 쓰지 못하는’ 존재였습니다. 특히 인기 노선이나 성수기에는 마일리지 항공권을 확보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죠. 아시아나항공은 이러한 소비자 불만을 반영해, 기존에 전체 좌석의 약 5% 수준이던 마일리지 전용 좌석을 이번에는 A380 대형 항공기를 투입해 60%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습니다.
- 운항 노선: 인천-LA(4~5월), 인천-뉴욕(6월)
- 운항 횟수: 총 6회 (A380 투입)
- 마일리지 차감 기준(편도)
- 이코노미: 35,000~52,500 마일
- 비즈니스: 62,500~93,750 마일
- 좌석 규모: 약 1870석 전부 마일리지 전용
표면적으로는 꽤나 파격적인 정책입니다. 수년간 쌓인 마일리지를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죠.
2. 표면적 혜택, 그러나 놓쳐선 안 될 이면
하지만 이 정책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꼭 소비자 친화적이라고만 보긴 어렵습니다. 먼저, 이 항공편은 마일리지로만 예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료 항공권 승객은 아예 배제됩니다. 이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성수기에도 일부 좌석을 유상 판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 감소로 이어질 수 있죠.
또한, 대한항공과의 통합을 앞둔 아시아나의 전략적 수순으로도 해석됩니다. 통합 이후 마일리지 제도 통합을 위해서는 기존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최대한 줄여두는 것이 유리하니까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혜택이다”라고 생각하며 마일리지를 쓰게 유도되고, 항공사는 그만큼의 부채(미사용 마일리지)를 털어낼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마일리지 사용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회계적 정리와 이미지 개선을 위한 이벤트성 정책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3. 정말 소비자 친화적인가? 냉정하게 따져보자
마일리지 전용기라는 이름 아래, 몇 가지 불편한 현실도 함께 따라옵니다.
첫째, 성수기 요금 차감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이코노미 기준 3만5000마일이던 마일리지가 성수기에는 5만2500마일로 50% 증가합니다. 비즈니스는 무려 9만3750마일까지 공제되니, 혜택이라고 보기엔 부담이 큽니다.
둘째, 마일리지 사용의 접근성 제한입니다. 특정 기간, 특정 노선에만 한정된 이 전용기는 당장 미국 여행 계획이 없는 사람에게는 전혀 의미 없는 혜택입니다. 결국 일부 소비자만을 위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죠.
셋째, 향후 일반 노선에서 마일리지 좌석을 오히려 줄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우리는 마일리지 전용기를 운영했으니 혜택을 제공했다”는 명분으로, 평상시 노선에서는 마일리지 좌석을 더욱 축소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셈입니다.
4. 정말 소비자 친화적인가? 냉정하게 따져보자
마일리지 전용기라는 이름 아래, 몇 가지 불편한 현실도 함께 따라옵니다.
첫째, 성수기 요금 차감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이코노미 클래스는 비수기 기준 왕복 7만 마일, 성수기에는 10만5000마일이 필요합니다.
비즈니스 스마티움 클래스는 비수기 기준 12만5000마일, 성수기에는 18만7500마일까지 공제됩니다.
마일리지 사용자 입장에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둘째, 마일리지 사용의 접근성 제한입니다. 특정 기간(4~6월), 특정 노선(미국 LA/뉴욕)에만 한정된 전용기는 미국행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일부 이용자만 활용 가능한 혜택입니다. 결국 다수의 마일리지 보유자에게는 형식적인 기회 제공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향후 일반 노선에서 마일리지 좌석을 더욱 축소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우리는 마일리지 전용기를 운영했으니 충분한 혜택을 제공했다”는 명분으로, 일반 노선의 마일리지 좌석 비중을 줄이는 ‘면피’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5. 마일리지 정책, 단기 이벤트보다 지속 가능한 신뢰가 중요하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고, 일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일리지 제도의 본질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신뢰 기반의 지속 가능한 혜택 구조입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수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마일리지를 적립해왔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은 기회 균등과 접근 용이성 위에 있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특정 노선에만 집중되고, 성수기 요금이 과도하게 책정되며, 이벤트성으로 마일리지를 ‘털어내는’ 정책은 충성 고객에 대한 예우라기보단, 정리 수순에 가깝습니다.
마일리지 전용기 운영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일반 노선에서의 마일리지 사용 기회를 더 좁히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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